"따뜻한 디지털의 역설"
'따뜻한 디지털'이란 말은 겉보기에 역설적으로 들린다.
디지털을 떠올리면 보통 '빠르게 변화하는 것', '아날로그와 반대되는 것' 등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오바하면 '차갑다'는 느낌도 떠올릴 수 있다.
아마 디지털이 가져온 결과들이 늘 새롭고 빨라 '옛 것'을 잊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이, 옛 것인, 우리 학교의 명물 영철 버거를 살렸다.
디지털에 '정'이 매개되면서.
홍보대사 하면서 처음 학교 입학행사를 진행했을 때 일이다. 전체 10입학생들한테 영철버거 아저씨가 햄버거를 돌렸다.
통큰 아저씨의 선물에 놀라 그것을 와구와구 먹으면서 '진짜 사람 좋으시다'라고 말했다.
그때 친구들이 말했다. 아저씨가 우리 학교 애들한테 장학금도 계속 주고 계시다고.
아마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영철버거'는 옛 것, 추억, 따뜻함의 상징이었을 것이다.
장사해서 돈 벌고, 많이 팔고. 보다 더 오래가는 무형의 가치인 '책임감'을 아저씨는 갖고 계셨던 것 같다.
몇년 후 영철버거 컨셉이 크게 바뀌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MCC 학회 애들이 골목 상권 컨설팅 비슷한 커리큘럼을 진행하면서 영철버거 콘셉을 다른 방식으로 컨설팅해줬다는 말이 돌았다.
영철버거는 가격, 맛 등에서 모두 애매한 포지셔닝이 되었고, 가게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이 북적북적하지 않았다.
아마 학생들 다들 안타까워 했을 것이다. 나도 그리 자주가지는 않았지만 영철버거가 문 닫는 사실만으로 안타까웠다.
그런데 '디지털'이 무엇보다 실질적인 액션들을 취할 수 있는 촉매제로 작동했다.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학생회는 목표보다 8배 높은 펀딩 자금을 마련했고, 졸업생은 '빅데이터'로 영철버거의 운영을 컨설팅했다.
디지털이 아니었어도 뭔가 할 수 있었겠지만, 분명 학생들/졸업생들은 보다 지금의 이 세대들에게 가장 친화적인 방식을 통해 영철버거를 도울 아이디어를 궁리해냈다.
나는 '디지털 세대'다. 초딩 3학년 때부터 컴퓨터가 활발히 보급되었고, 중학교 땐 초콜렛 폰, 가로본능 등의 핸드폰이 나왔다.
대학교 때 스마트 폰이 나왔다. 버디버디, 네이트온,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 각종 메신저를 통해 소통하며 컸다.
종종 신문에서는 디지털이 가속화될수록, 사람들이 깊이가 없어지거나 실제 대면 소통에 약해지는 것을 우려하는 글이 나온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면 맞는 얘기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결국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모바일, 인터넷은 결국 다 방법론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에게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게 중요한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은 영철버거가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내일은 영철버거에서 점심을 먹으며, 신입생 때 추억을 되새겨봐야겠다.
그리고 아저씨는 나를 모르시겠지만, 그동안 고생많으셨다고 말씀도 드리고 싶다.
(기사 일부 발췌)
안암동 고려대학교 앞 명물인 ‘영철버거’가 6일부터 다시 정식 영업을 시작한다. 지난해 7월 경영난으로 점포 문을 닫은 지 6개월 만이다. 매장 위치는 달라졌다. 2005년부터 유지해온 안암동 96번지 1층 매장을 떠나 맞은 편 건물 2층으로 옮겼다.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4학년인 이 대표는 2000년 고대 후문 앞 노점에서 시작한 ‘1000원 버거’를 2007년 전국 가맹점 80개를 둔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1000원 버거를 대신해 6000∼7000원 대 고급 수제버거로 주력 상품을 바꾸면서 학생들의 발길은 뜸해졌고 결국 폐업에 이르게 됐다.
이 대표는 “영철버거가 다시 문을 열게 된 이유는 사람 간의 끈끈한 정,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준 디지털 기술 덕분”이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매년 2000만원 넘게 고려대에 장학금을 기부해온 이 대표의 폐업 소식에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교수까지 나섰다.
[출처: 중앙일보] 고려대 앞 ‘영철버거’ 따뜻한 디지털이 살렸다
2016.01.06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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