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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응팔(응답하라1998)에도 등장하냐

용두사미, 응팔(응답하라1998)에도 등장하냐


지금껏 '응답하라' 시리즈는 '예능+드라마'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복고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그려내왔다. 

세 편의 응답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응팔(응답하라1998)'은 신원호pd와 김우정 작가의 포텐이 가히 터지는 작품인 듯 했다.  

요즘따라 응팔에 용두사미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가운데, 사람들이 응팔에 열광했던 요인과 왜 용두사미가 되어 가고 있는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1)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스토리 텔링


회당 90분이라는 긴 분량을 하나의 주제로 끌고 가다보니, 응팔은 한 회마다 두 세개의 서사를 동시에 진행시켰다.

예를 들면 "12화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의 경우, 

"술만 먹고 들어가면 노을이를 너무 사랑해 볼을 만지는 성동일이지만 결국 아들이 편히 잘 수 있도록 조용히 쳐다만 보는 아빠의 배려

 + 선우 엄마가 목욕탕 청소 일을 시작한 것을 깨달으며 화가 나는 효자 선우지만 하나라도 더 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차분하게 이해시키는 보라의 조언

 + 덕선이를 좋아하는 택이의 마음을 알고 정환이는 괴롭지만, 택이 역시 사랑하는 친구이기에 힘들어도 택이를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정환의 모습"

이런 식으로 동시에 여러 에피소드들이 진행됐다. 하지만 회가 끝나갈 때 쯤이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과 관련한 작가의 메시지로 모든 에피가 수렴된다.

여러 이야기들이 병렬적으로 진행되지만, 자연스레 하나의 메시지에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응팔에서 12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남녀, 친구, 가족 등 이 세상에 존재하면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층위의 사랑에 대해 잘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유쾌하고 재밌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한 느낌)


아무튼 이러한 방식으로 응팔은 크게 18가지의 메시지를 스토리텔링해왔다.

한정된 등장인물들을 가지고 18회로 치면 회당 90분, 대략 1620분 가량의 분량들을 매번 뽑아내왔으니 작가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1화: 손에 손잡고

2화: 당신이 나에 대해 착각하는 한 가지

3화: 유전무죄 무전유죄

4화: Can't help ~ing

5화: 월동준비

6화: 첫 눈이 온다구요

7화: 그대에게

8화: 따뜻한 말 한마디

9화: 선을 넘는다는 것

10화: MEMORY

11화: 세가지 예언

12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13화: 슈퍼맨이 돌아왔다

14화: 걱정말아요 그대

15화: 사랑과 우정 사이

16화: 인생이란 아이러니 - 1

17화: 인생이란 아이러니 - 2

18화: 굿바이 첫사랑



여러 에피소드들이 진행되는데도 그 이야기들이 복잡하지 않게 느껴졌던 것은, 각 장면들마다 인물의 행동에 대한 단서들을 꼼꼼하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앞에 캐릭터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면, 그 회차가 다 끝나기 전에 왜 그 인물이 그런 말을, 행동을 했는지 되감아서 역순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진행 덕분에 plot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이 의외로 끝까지 이어진다. 

예능 작가 출신이어서 예기치 않은 데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즐거움을 잘 활용한 것 같다.

덕분에 초반 부까지는 스토리도 있고, 깨알 같은 재미도 놓치지 않으며 예능드라마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2) 러브 스토리를 넘어 가족극으로까지 소재의 확장


이는 많은 평론가들이 말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응팔은 전작들과는 달리 소재를 가족 에피로 확장시켜 다양한 시청층의 응답을 받았다.

전작 응사의 경우 '쓰레기 - 나정 - 칠봉이'의 삼각관계 지분이 스토리의 최소 8할을 담당했다. 

나정이 남편찾기로 모든 스토리를 이끌어가다보니 시청자들은 응사에 일찍 질릴 수 밖에 없었다.

면 응팔의 경우 고딩들의 청춘+러브라인만큼, 아니 훨씬 더 큰 비중으로 '어른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누군가의 엄마/아빠가 되면서, 또 어른이 되면서 겪어야 하는 고단함들을 잘 묘사했다고 해야 할까.

5화 '월동준비'에서 선영(선우 엄마)의 친정엄마 방문 스토리를 통해, 우리들의 어른인 '엄마'도 여전히 누군가의 딸이며, 위로 받아야 할 존재임을 그려낸다. (우리 어머니도 이 편 보면서 많이 우셨다)

드라마 자체가 '복고'를 필두로 80년 대의 음악, 그 시대의 소품들이 가득해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일으켰을 것이다.

근데 껍데기만 있는게 아니라 그 안에 알맹이까지 복고가 주는 따뜻함으로 가득 채웠다. 이러한 부분들이 중장년층의 마음을 제대로 움직였다고 본다. 


덕분의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했다. 케이블 드라마에서 5화부터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유지한 것은 전 세대 시청층의 호응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가족 에피로 소재를 확장했던 것은 응팔의 신의 한 수였다. 

1회 6.7%

2회 7.4%
3회 8.4%
4회 8.3%
5회 10.8%
6회 10%
7회 11.4%
8회 12.2%
9회 12.2%
10회 13.9%
11회 13.3%
12회 13.8%
13회 13.4%
14회 16%
15회 16.3%
16회 16%
17회 16.5%
18회 17.8%


3) 각 캐릭터들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기


응팔을 얘기할 때, 캐릭터가 한 명도 빠짐없이 다 사랑스럽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메인 남자주인공인 택이, 정팔이, 덕선이만 사랑스러운게 아니다. 도롱뇽, 성동일, 정봉이, 만옥이, 성균, 라미란, 선영, 봉황당, 학주까지.

모든 캐릭터들이 다 살아 숨쉬었다고 해야할까.


  


특히 정봉이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7수를 하는 정봉이는 요즘말로 하면 덕후다. 우편 덕후였다가, 과자 하나더뽑기 덕후였다가, TV 덕후였다가 한다. 

그치만 엄마 없는 집의 맥가이버가 되어 만물을 고치고, 동생을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사실은 심장이 아픈 사연도 가지고 있다.

스치듯 지나가는 캐릭터들이 하나 없이, 각자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에 몰입도가 더 올라갔다.

  


캐릭터를 잘 살린 것은 결국 배우들의 연기력과 제작진의 연출력의 합이 만들어낸 케미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잘 알려지지 않았어도 연기력은 보장되는 새로운 배우들을 제작진이 귀신같이 발견해 이미지가 전혀 소모되어 있지 않은 이들에게 캐릭터를 잘 입혔다.

또 디테일한 OST를 배경으로 배우들이 극강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충분히 응답했다고 해야 할까나.

이런 것을 보면 결국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듯 여러가지 요인들을 통해 첫 화부터 응팔은 well-made였다. 

손에 손잡았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며, 보고나면 마음이 따듯해지고, 잊고 있던 이웃간의 '정'이 생각나고 내 고딩 시절도 떠오르고 그랬다.


그런데 문제는.......................

자꾸만 용두사미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는 거다.

뒤로 갈수록.... 저 매력들이 한계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문제가 뭘까?


1) 에피소드 반복

먼저 동시에 두 세가지 에피를 진행하다보니 언젠가부터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계속 반복된다. 어쩔 수 없는 소재의 한계라고 해야할까.

봉황당이 다치더니, 그담엔 성균(정팔이 아빠)이가 다친다. 

뭔가 따뜻한 가족간의 정을 보여주는 스토리도 4번 이상 보니 이제는 다 비슷 비슷하다.

덕선이는 계속 헛다리만 짚는다. 얘가 날 좋아하나? 얘는 진짜 날 좋아하나?

 

특히 응팔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가족 에피'가 나중에는 지루함의 큰 요소로 됐다.

초반부에 가족 에피를 통해 마음을 울렸다면, 중반부 부터는 어느정도 러브라인의 지분을 높였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 일정 부분의 가족 에피를 넣다보니, 나중에는 억지로 눈물 쥐어짜내게 하려고 저 장면 넣었나? 싶기까지 하다.


2) 과도한 낚시 사용

아마 제작진 본인들이 생각하는 응팔의 가장 큰 매력은 '남편 찾기'라고 생각했던 듯 하다.

좋은 말로 했을 때 남편을 추리하는 과정이지만, 실은 거진 낚시 과정과 다름없다.

정팔이의 마음이 이제는 드러나나? 하는 예고편의 기대와 실제 방영에서의 실망이 한 5번정도 반복됐던 걸로 기억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거기에 쏠려있다고 생각해서 더욱 그 심리들을 극대화 시켰던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해도해도 너무 낚시를 많이 했다.


특히 자세히도 그려졌던 정환이의 진심이 18화가 되도록 한 번도 제대로 해소가 된 적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택이는 적극적이고, 정팔이는 머뭇거리고, 덕선이는 어리버리하고. 이 삼박자로 1g도 진전되지 않는 사이에 

정봉이 커플은 키스신이 두번 나오고, 선우와 보라는 사귀었다 헤어지기까지 했다. 

낚시만 하고 스토리가 진행이 안되니, 남편찾기가 메인인데 18화까지 정작 아무것도 진행된게 없다.

문제는 정팔이의 심리를 너~~~~~무 친절하게 그려냈다. 류준열의 팬이 많아서라보다는 이미 응팔에서 정환이의 시선에서 삼각관계를 바라보는 연출 장면 자체가 많았다.

정팔이가 덕선이에게 마음이 생기고, 아프고, 망설이는 과정을 무엇보다 자세하게 그려졌는데, 18회에 장난인듯 진담인듯 정팔이의 사랑을 끝내려고 하니. 

시청자들이 낚시 당했다는 분노가 커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개연성 부족

시간이 흐르는 과정을 분량상 친절하게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는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그치만 응팔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친절한 스토리 진행이 뒤로 갈수록 너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다.

17화에 한 번에 정봉이 커플과 선우보라 커플이 아작나고, 18화에 갑자기 두 커플이 각자 재회를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남편찾기의 몰입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다른 디테일들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은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인생이란 아이러니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지만......후반부로 갈수록 더 꼼꼼하게 그려줬으면 어땠나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T_T

아무 것도 결코 진행된 적이 없는, 그러나 이미 진행되버린 정환이의 굿바이첫사랑 스토리로 18화가 끝났다.

적어도 응사에서는 나정이가 왜 쓰레기를 택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개연성은 충분했다고 본다. 

남은 두 화 동안에 어떻게든 덕선이와 누군가가 이어져야 할텐데. 그 자체를 두 화만으로 끝내는게 이미 개연성이 부족한 마무리가 나올 것이라는 예감도 지울 수 없다.



사실상 원체 드라마는 처음에 재밌기보다 마지막에 재밌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들도 시청자들의 관심에 의해 작가가 영향받기도 하고, 방향성을 수정하기도 하면서 마지막이 뭔가 허탈하고 심심하게 끝나는 경우가 그동안 많아 왔다.

처음 시작할 때의 기대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것이 서사를 만들어야 하는 장르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시간에 쫓기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는, 뒤로 갈수록 퀄리티가 떨어지는게 어쩌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두달 간 너무 큰 애착을 가졌던 드라마라 그런지, 응팔만큼은 용두사미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please...)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응팔 제작진의 역량에 대해 감탄할 때가 많았다.

한 주가 응팔을 기점으로 리프레시 되는 걸 보면서, 콘텐츠에 내가 왜 관심이 있었는지를 다시 깨닫게 해준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까지 내 인생에 기억남을 드라마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하리라'가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응팔의 마지막회를 기다리며...☆ 리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