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을 잘 보지도 않지만, 리모콘 돌리다가 잠깐만 봐도 어이가 없다. 내가 느끼기엔 '수고했어 올해도~' 정도가 공중파의 시상식 컨셉이다.
수고한 사람이 많다고 느낄수록 상도 늘려간다. MBC 연예대상(33개). SBS(25개)ㆍKBS(24개)라는 이 어마어마한 상 개수가 말해준다.
시상식이 왜 오글거리고 볼 때 짜증날까를 생각해보면, 사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예능 등의 프로그램들을 방송사별로 구분해서 기억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즐겨보는 그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을 기억할 뿐이다.
근데 공중파 시상식은 자신들의 방송사 프로그램들에 한정해서, 그중 최고 출연자를 뽑는다.
이 방식 자체가 좀 구식이 된 듯 하다.
이제 종편에 케이블까지 방송사들이 어마어마하게 다양해지면서, 예능과 드라마들이 봇물 쏟아지듯 다양하다.
자연히 공중파의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도가 절대적으로 분산되고 있다. 영향력이 예전보다 덜해졌다고 해야 할까.
예전엔 대박이면 40%를 찍던 공중파 드라마 시청률이 이젠 17%만 봐도 대박이라고 하듯.
시청층 자체가 다양한 채널에 분산되어 여러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데 메인 방송사에서 자기들끼리 우열을 가리며 상을 낭비하는게 애초에 시청자들의 관심사와 좀 멀어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들어 진짜 대박을 내는 TV 콘텐츠들은 대부분 종편이나 케이블 채널들에서 나오고 있다.
tvN의 미생이나 응답하라시리즈,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등등.
지상파의 프로그램 경쟁력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상을 쏟아주고 있으니 오글거릴 수밖에..
오히려 대종상이나 청룡영화제와 같은 영화 시상식은 각종 영화들을 배급사와 상관없이 모아놓고, 최고의 출연자를 뽑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 그나마 더 흥미로운 것 같다.
근데 드라마나 예능은............ CJ가 자기가 만든 영화 가운데 최우수 출연자들 상주고 있는 느낌 같은 거다.
물론 KBS와 CJ는 전혀 다른 주체라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지만, 말하자면 그렇다.
상은 여러개요, 대박 드라마는 많지 않으니, 그 해의 대박친 드라마 출연자는 줄창 상을 받는다. 4관왕 3관왕~ 등등 '트로피 하나는 섭섭해 상'천지다.
예전부터 나왔던 말인데, 통합 시상식을 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방송사들마다 운영 주체도 다르고, 의사 결정 구조도 달라 현실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시청자나 수상자에겐 몰입도 최고일 듯 하다.
모든 방송사들의 프로그램들을 하나의 선상에 놓고 상을 준다면.....? 종편을 지상파와 대등하게 놓고 상을 주는게 무리라면, 공중파들 끼리라도 ㅋㅋㅋㅋ
프로듀사와 킬미힐미가 같은 후보군에 놓여 경쟁을 한다면. 각 드라마와 출연자의 잘했던 포인트들에 대해 좀더 진지하고 심도깊게 탐구해 상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뭐 어떤 대안이든간에, 시상식이 시청자를 위한 축제라는데.
시청자 입장에서 연말에 방송사마다 집안잔치 한다고 느끼는 걸 방송사 측도 알고 있을텐데.
이제는 시청률 산정 방식도 바뀌는데.
데데데데....
진지하게 시상식 방식도 좀 바뀌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연말의 황금타임을 며칠 씩이나 쓰는 시상식이니만큼 더더욱이 그 필요성을 느낀다.
아래는 중앙일보가 시상식 상 컨셉을 정리했는데 재밌어서 첨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 참 많다 상=훈훈한 세밑 분위기를 만들려는 듯 시상식마다 상 풍년이었다. 그 중 최고는 MBC 연예대상. 상 종류가 33개나 됐다. SBS(25개)ㆍKBS(24개)도 만만찮다. 연기대상은 KBS 24개, MBC 21개, SBS 18개에 달했다. 이렇게 상이 많은 비결 중 하나는 '쪼개기'. 출연자 '챙겨주기'라는 시상 목표 때문이다. KBS는 드라마를 일일ㆍ미니ㆍ중편ㆍ장편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우수·최우수 연기상을 시상해, 이에 대한 진행자의 설명까지 곁들여야 했다. MBC와 SBS는 각각 미니·연속극ㆍ특별기획, 장편ㆍ중편ㆍ미니 등 3개 부문이다. 연예대상도 코미디, 버라이어티, 뮤직·토크쇼 등으로 부문을 나눴다.
◇이런 상도 있다 상=상이 하도 많으니 무슨 상인지 정체가 모호한 경우도 적지 않다. 베스트커플상·인기상·10대스타상·네티즌상 등은 그래도 낫다. SBS 연예대상의 베스트챌린지상과 베스트엔터테이너상, KBS 연예대상의 최고엔터테이너상은 이름만 봐서는 우수상ㆍ최우수상ㆍ대상 등과 어떻게 다른 지 도통 짐작이 안간다. KBS에는 심지어 올해 신설된 '핫이슈연예인상'도 있다. 참고로 수상자는 정형돈과 추성훈이다.
◇트로피 하나는 섭섭해 상=대세 연예인이라면 한 시상식에서 서너 차례 수상은 기본이었다. 다관왕들이 쏟아졌다. MBC 연기대상의 대상 수상자인 '킬미, 힐미'의 지성은 네티즌이 뽑은 베스트 커플상, 10대 스타상, 최우수 연기상(미니시리즈 부문) 등 4관왕에 올랐다. '그녀는 예뻤다'등의 황정음과 박서준 역시 4관왕. '용팔이'의 주원도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 중국 네티즌 인기상, 10대 스타상, 베스트 커플상 등 4관왕이 됐다. KBS 연기대상에서 '프로듀사'의 김수현이 대상을 포함 3관왕에 그친 게 의아할 정도다.
◇단독 수상이 웬 말이냐 상=한 명이 여러 상을 받는 마당에 한 상을 여러 명이 받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각 시상식의 최고영예인 대상마저 공동수상자가 이어졌다. KBS 연기대상은 김수현과 고두심이, SBS 연예대상은 유재석과 김병만이 나란히 받았다. 수상자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는 싶지만, 찜찜함은 남는다. 진행자가 '공동 수상은 없다'고 공언해놓고도, 공동수상자를 발표한 시상식도 있었을 정도다.
◇진행자도 상 탄다 상=한창 보고 싶은 젊은 스타들이 MC로 나선 건 좋았다. 헌데 수상, 특히 반복 수상은 겸연쩍었다. KBS 연기대상은 세 MC 중 김소현, 박보검에게 각각 3관왕(여자 신인연기상·베스트 커플상·네티즌상), 2관왕(남자 조연상·인기상)의 영예를 안겼다. 물론 박보검의 수상작은 출세작 '응답하라 1988'(tvN) 아닌 '너를 기억해'(KBS2)다. MBC 연예대상은 김구라(대상)를 비롯, 세 MC 모두 수상자가 됐다. 진행자의 수상은 SBS도 예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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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참 길다 상=방송 3사의 연말 시상식은 방송 시간으로는 미국 아카데미상을 능가했다. 아카데미상 최근 10년 간 평균 방송시간은 3시간 30분 가량. 반면 지상파 6개 시상식 중 셋이 4시간을 넘겼다. 볼거리가 많았으면 몰라도 진행자 멘트 위주의 시간 늘이기가 지리함을 더했다. 가장 길었던 건 설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진 SBS 연기대상(4시간 13분). 반면 시청률은 방송시간이 가장 짧았던(각 3시간 40분 내외) MBC가 연기대상(2부 14.7%), 연예대상(2부 13.5%) 모두 제일 높았다. MBC는 수상소감 시간 제한 등이 그마나 신선했다.
◇왜 없을까 상=2015년 나름 인상적인 활동을 펼쳤는데도 수상자 명단에서 빠진 이들이 있다. 일례로 2015년 지상파 드라마 중에도 화제작이 많았던 SBS 연기대상에서는 ‘미세스캅’의 김희애, ‘가면’의 수애 등이 사라졌다. 이런 이들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시상식에 불참했다. 시청자의 기대치와 다르기로는 백종원이 으뜸일 듯.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SBS '백종원의 3대천왕'등 쿡방의 선두주자로 활약했지만 어떤 연예대상에서도 상을 받지 못했다. 그 역시 시상식에 불참했다.
[출처: 중앙일보] [TV를 부탁해] 지상파 방송3사 집안잔치…'상 참 많다 상' 이후남·이지영·정아람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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