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 1탄: 대모산~도곡동

#2015.12.28 혼자 떠나는 서울 여행 1탄. 대모산 등산 - 일원터널 - 매봉역 카페 프레스카

1. 겨울날의 등산은 고통과 희열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오묘st 매력이 있다.

2. 혼자 다니다 보면 내 안에 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 좋은듯하다.

3. 일원동은 정말 조용하다.

4. 오늘은 올해 최대의 한파다. 콧물을 2L정도 쏟은 것 같다.

5. 오늘의 컨셉은 '고요함'이었다.

# 대모산

# 일원터널

# 매봉역 카페 '프레스카'

송년 기념, 2015년을 마무리하며, 26살을 마무리하며 혼자 여행을 계획했다.

그러나 예산 제약, 숙소 문제 등등등 여러 문제들로 서울 여행으로 계획이 수정됐다.

1탄은 일원동 주민 이모랄리스트가 추천해준 대모산 ~ 도곡동 코스다.

일원동은 서울 중에서 가장 서울같지 않은 고요함과 맑은 공기를 가지고 있다. 

특히 대모산은 높이가 높지 않아 정상에 금방 도달한다. 

쉽게 포기하기 쉬운 혼자 등산에 있어 최적의 코스였다 :D

일단은 너무 추웠다. 오늘 최대 한파라길래 핫팩도 붙이고 단디 싸매고 나왔는데 그래도 너무 추웠다. 

BUT 등산을 너무 오랜만에 하고, 혼자 여행간다는 생각으로 어딜 돌아다닌 적은 처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일단 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 걸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고, 정리하고, 또 하고. 

약간 설거지 할 때 느끼는 그런 비슷한 류의 자아성찰 타임인 듯 했다.

등산을 하면서 내가 그동안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쉴 때 나는 주로 친구들을 만나 술을 먹거나 TV를 봤다. 

물론 둘 다 나에게는 의미있는 행위지만 항상 건강하지 못한 휴식 방식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TV를 보면 재미는 있는데 생각을 멈추게 되서 바보상자가 되어 있고, 친구들을 만나면 즐거운데 어느순간 내가 없다. 

그러다보니 둘다 나에 대해 생각할 타이밍을 뺏는다. 이렇게 한달, 일년을 보내고 나면 아무 것도 남는게 없다.

등산을 하면서 여러 감정과 생각들을 꺼낼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등산을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해야겠다.

그래서 이젠 나의 쉼(休)의 방식이 한 차원 건강한 방식으로 향상되었으면 좋겠다. 

또 일부러 음악을 듣지 않고 등산했다. 덕분에 평소에 듣지 못했던 자연의 소리들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 내가 알지 못했던 나, 내가 듣지 못했던 소리들을 들으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구나 싶었다. 

그동안은 바쁜것 자체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살았다. 

그러다보니 나에 대해 고민하기보단 일단 뭔가 하고,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 시선만 너무 신경쓰고. 

점점 내 감각에 무감각해져서 스스로의 가치 기준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멍청이가 되어 있었다. 

오늘의 나처럼, 사용하지 않던 감각을 조금씩 깨우는게 흔히들 말하는 힐링이 아닐까. 

등산후 도곡동 카페거리를 갔다. 벚꽃길. 논현로 28길이었다. 

카페거리들을 제대로 보고 좋은 카페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근데, 근데... 그러기엔 날씨가 너무 춥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춥다. many 마니 춥다. 견딜 수가 없어 그냥 눈에 보이는 카페 아무데나 들어갔다.

막상 카페거리라고는 하는데 대단한게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프레스카'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일단 충분히 따뜻했고, 전력이 충분해 빠데리를 충전할 수 있었다. 또 책상이 넓었고 조용하고 분위기가 좋았다.

가볼만한 곳인 듯 하다.

설여행 1탄 하면서 느꼈다.

여행이란 것은 그 장소 자체가 새로워서 신선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내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을 먹고 가냐에 따라 어디든 여행 장소가 될 수 있다.

20년을 서울에서 살았던 나지만 서울 여행도 여행의 장소가 되는걸 보니, 여행의 설렘이런 나 밖에 있는게 아니고 내 안에 있다.

앞으로 여행명목으로 더욱 서울을 싸돌아다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