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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 북의 여왕이 알려주는 스토리 찾기

고미니스트 2016. 1. 11. 13:14

"자기만의 스토리는 아주 사소한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한창 서류시즌에 자기소개서를 쓰다보면 느낀다. 완전히 "자기 스토리 싸움이다!" 

어쨌든 수 천명의 지원자들에 비해 내 자소서가 더 튀어야 되다 보니까, 남보다 조금은 특별해 보이는 혹은 대단해 보이는 경험을 무의식 중에 찾게된다.

심해지면 다른 사람의 기이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거 자소서 거리 감이다!!!" 이렇게까지 된다.

아무래도 다들 비슷하게 살아온 청춘들이다보니 살아오며 겪은 것들도 거기서 거기라 더 그런듯 하다.


자소서 스토리의 모든 구조는 "내가 이런 이런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일을 더 좋아한다! 더 잘할 수 있다! 뭐 이런 류다.

내가 이런 대단한 경험을 해서~~~~~~~~이렇게 시작해서 그럴듯하게 나의 간절함을 설명하고 싶지만.

사실상 막상 어떤 것을 원하게 되는 "진짜! 이유"는 실로 매우 사소한 곳에서 시작하는 듯 하다.

작년 한 해 동안 화제였던, 나에게 다소 생소한 콘텐츠였던 그 '컬러링북'을 우연치않게 만들게 된 이 작가의 스토리처럼.


어린 시절 외로웠던 나를 위로하는 수단이 그림이어서, 그림을 통한 위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작가의 스토리는 이게 다다. 군더더기 없고 진실하다.


알고보면 뭔가를 원하게 된 이유를 찾는 것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깨달은 그 다음에 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게 그 사람의 스토리의 설득력을 좌우하는 핵심이랄까.

예를 들면 이 작가분처럼 섬유예술을 할 수도. 어쩌다보니 컬러링 북일 수도. 그러다보니 루게릭 병원에 인세를 기부하는 일일수도.

뭐가 됐든 간에 자기가 어설프게 설정한 큰 방향성을 실현하기 위해 순간 순간 어떤 선택들을 해왔는 지가 그 사람의 어렴풋한 '동기'를 진짜 '동기'로 만들어주는 초석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자기 스토리의 설득력이 생기려면, 일단 전제는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을 해봤다'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았다'가 필요한거다.

이 작가 역시 자기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았기 때문에 컬러링 북이라는 기회도 놓치지 않게 된거다. 


자소서를 위해서인지, 취업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인지 뭐 어쨌든 나는 요즘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관해 관심이 정말 많다. 

1~2년 전만에도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에 대한 관심이었던 것 같다.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변호사, 기자 등등 사회적 영향력과 관련되어 있는 직업들을 준비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직업이니 직장이니 또 직무니 그런 것들이 다 방법론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랄까. 방법론보다 더 고차원에 있는 '철학'이랄까.


나만의 철학을 갖고 싶은게 나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그런데 어찌보면 너무 엄청난 철학을 찾으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는 듯 하다. 

사실 내가 진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예를 들면 4살 때부터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경험했던 다소 외로운 시간들울 세상과의 접점을 늘려가며,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가며 채웠던 나의 성장과정.

이런 시간들을 통해 나도 누군가에게 긍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다.

조금 더 구체화시키면 좋겠지만, 그냥 이 자체만으로 내가 살고 싶은 나의 방향성일지도.


뭐 주저리 주저리 많은 이야기를 썼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나의 사소했던 경험들을 되돌아보는 일이 '진짜' 내 삶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일수도. 

더불어 요즘따라 자기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삶의 방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궁금하다.

곧 블로그에 새로운 메뉴를 개설할 지도 모르겠다 '.,' 

인터뷰랄까!!!



 

(중앙일보 일부 발췌)

살다보면 아주 가끔,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을 때가 있다. 천과 , 바늘을 이용한 공예 작업을 주로 하던 섬유아티스트 송지혜(31)씨에겐컬러링북(색칠하기 )’과의 만남이 그런 선물이었다. 이화여대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한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작업 도안을 개인 블로그에 꾸준히 올렸다. 2014 , 도안들을 컬러링북 그림으로 재구성해보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나온 컬러링북 『시간의 정원』과 『시간의 방』 시리즈는 지난해 출판계를 뒤흔든 컬러링북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서 10만부가 판매됐다. 일본·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특히 북미 지역에는 ()인세 20 달러( 24000만원) 받고 수출돼 출판 한류 이끄는 대표 콘텐트 주목받기도 했다.

얼떨떨했죠. 처음엔 컬러링북이 뭔지도 몰랐고, 스케치에 다른 사람이 색을 입힌다는 상상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선물을 혼자만 누리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아버지의 파견근무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냈다는 그는 그림이 주는 위로를 누구보다 알고 있다. “한국에 돌아왔을 한국말이 서툴러 친구 사귀기가 어려웠어요. 그림을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외로움을 극복할 있었던 같아요.” 이런 기쁨을 알려주고 싶어 연말에는 저소득층 아이들 지원 프로그램인위스타트 함께 경기도 구리마을 아이들과 컬러링 체험 수업을 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무료 클래스를 열어 재능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다. 그는앞으로도 사람들에게 따뜻한 선물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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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컬러링북의 여왕, 루게릭병원에 인세 전액 기부

2016.01.11 01:23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