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있는 성찰
데이브레이크 오랜만
고미니스트
2016. 12. 3. 01:20
오늘은 데이브레이크 콘서트르 다녀왓다. 여러 사정으로 처음 한 시간은 혼자서 공연을 보았다. 혼밥도 잘 못하느 나로서 걱정이 굉장히 많았는데, 오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밴드, 그 밴드가 하는 노래, 그 밴드의 연주 이 모든게 최상의 조합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생각보다 옆 눈치 잘 안봤다.
열심히 노래 따라 흥얼거리고, 그 음악의 비트에 몸을 흔들거리니 한시간이 훅 가있었다.
오랜만에 듣는 노래들을 많이 해주어서 특히 기분이 좋았따. 지금 생각나는 곳은 '에라모르겠다'와 'turnaround' 그 두 곡을 듣는데 머리에 참 많은 장면들이 스쳐가고 지나간 시간들이 떠올랐다.
4-5년 전 그 노래들이 처음 발매되어 한창 들엇을 때의 나의 환경과 생각/감정들도 많이 떠올라서일까!
오늘의 일기를 쓰게하는 데에 데이브레이크의 곡들이 참 많은 영감을 주었던 듯 하다.
에라모르겠다는 대학 때 열심히 만났던 남친이와 같이 데이브레이크를 따라다니며 한창 들었던 노래다. 게가 좋아했던 노래다. 그때 참 많이 데이브레이크 따라다녔다. 홍대 공연 맨날 따라가고, 조인 공연도 많이 갔다. 그때 너무 즐거웠지 하는 생각이 팍 스쳐갔따.
turnaround 들을 때는 올해 취준 때 내 모습이 겁나 떠올랐따. 정말로 턴어라운드 필요한 시기였고, 내적으로 많이 힘들고 방황했던 시기에 도움을 주는 노래였다. 오죽하면 방황중다행으로 이 블로그에 매일 자기위로 글들을 써나가던 시기, 이 노래 가사를 블로그에 올렸었따.
이 노래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데이브레이크가 그전 청춘콘서트에서 청춘들 고민들을 많이 들었는데 이 노래가 청춘들 그리고 우리 관객에게 힘을 줬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불러줬따.
실제로 나에게 많은 힘이 됐던 것을 보면 데브는 자신들의 의도를 듣는 이에게 충분히 전달했따. "이젠 턴어라운~ 조금 늦다고~ 세상이 바뀌 지는~ 않아~" "오~ 정답은 없는 세사앙~ 잇츠 두밤바바 두밤바~ "오~두려울 필요오는없어 스밤바 스밤바 턴어라운드!"
그 노래 가사로 위로를 받았던 지난 내 시절이 떠올라서! 듣는데 참 많이 위로가 됐다.
그 외에도 뭐 여러 곡 많이 했는데 왜 이렇게 다 생각이 나질 않지. 또 기억에 남았던 좋은 노래는 '세상이 부르는 노래'
이 곡은 이 곡의 연주를 너무 좋아해서 좋았다.
사실 남들에게 데이브레이크는 밝고 경쾌한 음악으로 많이 알려져있지만., 앨범들 다 들어보면 묵직한 중저음 사운드와 연주력을 상당히 요구하는 펑키 곡들이 많다. 그런 곡들 연주 실제로 들을 때는 굉장히 소름이 돋는다. 너무 잘하고 그리고 너무 좋아서 ㅋㅋㅋㅋㅋㅋ 펑키한 곡을 내가 엄청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들이 하는 진성 펑키곡들은 넘나 좋은 것. 이번 앨범의 'LITMUS'라는 곡도 연주력에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 'touch me' 도 너무 좋았다. 그 경쾌한 사운드와 밝은 느낌, 예전에 우울할 때 그 노래 들으면서 에너지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고 또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좋았다.
'담담하게'와 '오랜만에'는 지나간 최근의 남자친구와 이별한 내 모습, 가장 최근 삼개월을 돌아보게 해준 곡들이었다. "니가 없어도 담담하게~" 이 곡들이 너무 좋았다.
오늘의 공연은 정말 좋았나보다. 사실 다른 페스티발에서 하는 데브의 래파토리를 이미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 곡들보다는 꽤 오래된 곡들을 들었던 것이 너무 좋았던 듯 하다.
'두개의 심장'과 'sunny sunny'를 듣지 못한 것은 좀 아쉽지만 아무튼 나름 오늘의 공연 곡들 다 성공적이고 너무 좋았다.
그러고보면 벌써 데이브레이크를 알고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게 된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낫다. 내 기억에 고2-고3때 처음 데이브레이크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나니 지금은 거의 9년이 되어가는 듯 하다.
같이 늙어왔딸까. 나의 머리가 굵어지고 생각이 많아졌던 시기부터 그들의 음악과 함께 커왔다. 음악에 대한 갈망을 느낄 때 항상 데이브레이크 음악을 들으면 충족감, 만족감, 행복감을 느낀 것 같다. 음악에 굉장히 많이 기대는 나에게 데이브레이크는 뭐랄까 중요한 힐링창구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던 듯 하다.
그리고 오늘 난 힐링이 되었다.
나만을 위한 즐거움, 이것저것 고민하지 않고 나를 신나게 하는것에만 몰두해본 경험이 진짜 오랜만인 것 같다.
올해 8월부터 신입생활 하면서 진짜 바쁘게 살았다. 어째서인지 유독 가장 바쁜 부문, 가장 바쁜 팀, 가장 빡센 상사, 신입사원으로써 쓸데없이 겪어야 할 일들은 몰아쳐서 주기적으로 경험하고, 유독 말실수로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유독 나를 거슬리게하는 또래들도 겪어야 했다.
10월 제주도 출장을 기점으로 개선과제에 워크샵준비에 이번 달엔 영상준비까지,
정말 쉴틈없이 달렸고, 실제로 쉬지 못해 많이 고갈돼있었다.
오늘 음악으로 힐링을 받으면서, 오히려 집에 오는 길에 '허무함'과 '공허함'을 굉장히 강하게 느꼈다. 그동안 바쁘게는 살았는데 지나고보면 어떤 의미부여를 하면서, 혹은 어떤 목적으로 했는지에 대한 맥락은 없이 그저 주어지고 닥친 일에 미친듯이 몰두하며 하루하루 일주일 한달을 보냈다. 정작 내 안이 병들어있고 지쳐있는데, 나 하나 못챙기면서 뭔 대단한 일들을 해겨하겠다고 그리 바쁘게 살았나 싶더라.
이래서 연애를 하는게 필요한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연애를 할 때는 내 자신한테 진지할 기회가 가끔은 주어지는 것 같다.
뭐 아무튼 지금은 알맹이없이 굴러가든 브레이크없는 자동차같다. a/s가 필요한 시점인데 자꾸 달리니까 바퀴가 닳아서 폭파 직전이다.
마지막 곡으로 데이브레이크는 '오늘밤은 평화롭게'라는 곡을 불렀다. 내가 사랑하는 보컬 오라버니께서는 이 곡의 의도 3가지를 설명하셨지. 쉽고 일상적인 언어로 구성된 가사, 따라부르기 쉬운 멜로디의 곡, 밤에 누웠을 때 평화롭고 편하게 들으며 잠들 수 있는 노래. 그 세번 째 의도가 난 참 고마웠다.
그냥 좋은 멜로디라고만 생각하고 들었었는데, 노래를 지은 사람의 의도를 듣고 나니 노랫말이 참 위로의 문구 투성이다.
"오늘은 엉망이었나요 유난히 힘들었나요 뭐 하나 되는 일 없이 하루를 잃어가나요.
오늘 밤은 평화롭게. 오늘 밤은 울지않게. 아무 근심없이 아무 걱정없이. 살며시 웃으며 잠들길 편히 쉬어요 굿나잇"
"눈물이 많아졌나요. 가끔 그럴 때가 있죠. 견디려 애쓰지 말아요. 내일은 괜찮을테니"
요즘 인생의 쓴맛과 사회 생활의 고됨을 온 몸으로 받고 있던 시기라 그런지, 생각보다 눈물이 많아진 내 모습이라 그런지, 편히 쉬지 못하는 나날이 많아서 그런지, 여러모로 굉장히 힐링이 된다.
보컬 오라버니는 앵콜 막곡으로 이 노랠 부르며 울먹이셨다. 뭐랄까 왜이렇게 나한테도 그모습이 영향을 끼치지.
가끔 공연하며 볼 때마다 이 보컬오라버니가 나와 비슷한 고민들을 하거나 자기 감정에 민감한 사람이라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고민들이 자기 안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위로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게 보인다. 그런 점이 되게 멋있으면서도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늘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거기에다가 비슷한 환경에서 음악으로 밥벌이를 선택해 밀고가며 이렇게 대성하게 된 과정의 많은 용기까지.
굉장히 멋있따. 이런 삶을 살고 싶다고 집에 오면서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나도 내 고민들과 아픔들을 건강하게 승화하고, 그것들을 글과 같은 메시지로 남기고 싶다. 언젠가 신문에 칼럼을 쓰며 내 생각들을 누군가에게 메시지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아 겁나 돌려서 이래저래 말했늗네 결론은 내 감정과 생각에 대해 내 자신이 기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남들의 그런 뒷단의 고민들도 잘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기 인생 하나 제대로 못 챙기면서 이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참 웃기지만은. 어쨌든 콘서트장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어이없게도 인생, 그리고 내 삶의 방향성, 행복과같은 근원적인 것들을 엄청나게 많이 생각하게 됐던 시간이었다.
아, 뭐랄까. 정말이지 너무 좋다. 오늘 밤은 너무 기분이 좋다. 진정한 위로, 완벽한 쉶은 오늘 같은 날에 쓰는 표현같다. 사실 어제 4시 가량 자고 오늘 출근해 하루종일 너무 피곤했는데 그래도 지금 머리가 너무 맑고 기분이 좋다. 영혼이 즐거운 상태인 듯 하다.
오늘 혼공의 부담을 떨치고 당당히 한시간 혼자 공연을 즐긴 것은 최근 내가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아 행복하다! :)
공허함을 느낀다는 건, 그래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려 한다. 아무 생각 없으면 시간 잘 가니까 공허하지도 않지.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껴야 내가 내 안으로 파고 드니 이 공허함조차도 감사하게 받아들이자.
언젠가 위로가 필요한 밤, 오늘이 그날이었고 충분히 위로받아 기쁜 하루다.
갑자기 그냥 생각난 뜬근없는 맥락의 내용이긴 한데, 나에게 위로를 주는 방식이 음악 외에 하나 더 있다. 내가 쓴 글을 읽을 때이다.
변태같긴 한데 신기하게 내가 되게 고민 많이 해서 쓴 글은 언제든 읽을 때마다 위로가 된다.
올해나 작년에 정말 고민 많이 해 썼던 자기소개서도 가끔 읽으면 굉장히 힐링이 된다. 이 블로그에 써놓았던 글도, 언젠가 핸드폰에 끄적였던 메모들도. 심지어 오늘은 내가 영상 제작 관련 사항 공유하기 위해 장문으로 같은 파트 애들에게 썼던 메일 조차도 내겐 중요한 힐링 포인트다.
언젠가 내가 열심히 고민해서 쓴 언어들을 그 당시에 볼 때 또 지나고 나서 읽을 때, 어떨 땐 위로가 되고, 재밌기도 하고 뭐 그렇다. 아무튼 그러니까 지금 써 놓은 오늘의 이 글도 언젠가 미래의 나를 위로해주는 글이 또 될거라고! 또 심심할 땐 드라마 한 편 보다 재밌는 글이 될거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음악과 일기쓰기. 내 인생의 아주 중요한 '해우' 방법이다. 열심히 하자!
그렇다면 오늘밤은 평화롭게, 이제 잠들어볼까.